1997.12.27일 토요일, 비교적 맑고 포근하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이고 주식 시장도 겨울이다.
"23일 -29.7p, 24일 -14.91p" 하락하면서 종합지수가 "351.45"를 기록하여 전저점이면서 주식시장 개장 이래 최악의 상황이었던 "338"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338이 최악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달러 환율이 2000원에 근접하고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31%를 넘나들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삶과 죽음의 기로에 몰리고 국가 부도의 위기가 눈앞에 다가올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24일은 우려할 만큼 낙폭이 깊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은 338 바닥의 최악의 상황이 기회를 줄 지 모른다는 투기적이고도 운명적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24일 자정에 발표된 imf의 100억 달러 조기 지원 발표가 있었고 국가 부도 위기를 넘길 것이라는 서글픈 기대가 26일 폭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26일은 +23.7p 오른 375.15로 마감되었다.
24일에 4,540원에 산 서울금고를 26일 5,240원에 매도했다. 컴퓨터로 5,170원에 예약 매도 주문했던 것을 동시 호가 전 상황을 보고 취소를 했지만 장 시작 바로 전에 했기 때문에 취소 불가가 되고 바로 상한가인 5,240원에 매도되었다. 결국 24일 하한가에서의 거래량 급증과 쌍바닥에서 약간의 수익률을 예상한 것이 적중하였다. 다음날 조금 높게 팔 수는 있었겠지만 27일 종가가 하한가에서 10원 빠진 선에서 끝났으니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역시 대세 상승기까지는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급적 지켜보고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세 상승기라고 마음 놓고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서울금고는 탄력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다. 삼화콘덴서 그룹의 우량한 재무구조와 서울금고 자체의 높은 수익력은 요즘과 같이 금융기관도 위험한 마당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또한 26일에 동아금고를 다행히도 30주만 채결되었다. 3,680원 상한가에서 3,500원 선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재반등을 기대하고 주문을 냈는데 30주만 채결된 상황에서 상한가로 밀어 올려서 다른 기회를 찾기 위해서 취소하였다. 결국 오늘 하한가로 끝났으니 다행이었다. 손 따라 두지 말라는 교훈이 또 생각났다.
27일 폐장일 종가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가 +1.16p 오른 376.31으로 97년을 마감하였다. 연초 653.79에 비하면 40p 이상 하락하였지만 투자의 성격상 엄청난 재난을 가져온 한 해였다. 조금이지만 좀처럼 손해보지 않는 나도 손해를 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절망에 비하면 손해라 할 수 없지만 자신감의 오판으로 미수금으로 무리한 것이 뼈아픈 교훈으로 지금도 말해주고 있다. 아직 바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26일의 급등은 27일 등락을 통한 확실한 단타를 예고하고 있었다. 또한 26일 저녁 '청구'의 화의신청으로 그 가능성은 컸지만 종목 예측이 어려워 컴퓨터 예약 주문은 피하고 동시호가 전의 호가 상황을 점검하면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관심 종목의 호가가 매도 우위로 나타나고 일부 종목은 극심한 매도 우위의 양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회였다. 일단 하한가로 잡으면 장중에 매도할 수 있음이 틀림없다. 어제 급등 장세의 위안감이 경험상 그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가의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은행업종의 주가 상황을 먼저 보니 청구의 화의로 대구, 대동은행의 하한가를 비롯하여 많은 종목이 하한가였다. 조흥은행은 비교적 양호하고 우량은행은 강세였다. 제조업의 시세는 극히 불안하여 잘못 건드리면 천 길 나락으로 빠지는 긴박한 순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은행업종의 시세 흐름이 양호해진다고 느끼는 순간 컴퓨터를 끄고 전화로 광주은행을 하한가로 주문하였다. 다시 컴퓨터를 켰을 때 "몇 초 늦었구나." 하는 가슴의 울림이 일었다. 가끔 기억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는 10원 더 높게 낼 것 하는 후회가 엄습하였다. 전화선 및 증권회사의 회선 확장의 필요성과 시세 진행에서의 속도 있는 컴퓨터 주문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 1944년 설립된 국제 금융 기구. 한국은 1955년에 가입함. 회원국들의 금융안정과 통화협력을 촉진하고 고용 및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화의제도 : 기업이 파산에 직면할 때 법원의 중재로 채권자들과 채무변제 협정 즉 화의 조건을 체결하는 제도로 파산을 피하는 제도이다. 법정관리인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기종 경영주가 경영을 계속 맡는다. (DAUM 백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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