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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경제

직업병, 트레이더의 후유증, 2006년 9월 30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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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9. 30(토) 맑은 가을 날씨, 며칠 전과는 다른 낮에는 좀 더운듯하다.
 
직업병
 
펀치드렁크
권투선수는 은퇴를 하면 술에 취해있는 듯한 병에 걸리기도 한다는데 시합 중에 머리를 자주 맞기 때문에 생기는 펀치드렁크라고 한다. 펀치드렁크는 기억력이 흐려지고 귀가 잘 들리는 않는 그런 병이라고 한다. 손 떨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중독된 사람 같기도 하다. 권투라는 직업병이 결국 맞고 또 맞아 뇌를 죽이는 것이다. 직업병은 다양하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직업병이 있을 것이다. 주부들도 가사 살림으로 인한 주부 습진이란 가벼운 병부터 우울증까지 걸리기도 한다.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운명일지 모른다. 재력을 물려받아 고통과 힘든 일은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은 직업병이 없을지 또는 있을지 모르지만 없다면 예외의 삶일 것이다.
 
저격병 같은 데이트레이더
트레이더는 눈에 보이는 무대도 없고 관중들도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싸운다. 사각의 링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싸우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싸운다. 규칙은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흐름이 만들어내는 일반적 법칙을 만들어야 하고,  이용하고 역이용하면서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즐거우며  아슬아슬한 자극적인 흥분을 만들어내며 싸우는 것이다. 트레이더가 살아가는 시장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 포트폴리오는 전투 계획이고, 매매 원칙은 전투 방법이고, 손절매는 아군 피해를 줄이고 일단 후퇴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주가는 등락폭이 심한데 이런 가운데 매매하는 것은 총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전쟁터를 누비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작전을 잘 짜도 갑자기 날아든 폭탄에 전사할 수도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이 준 운과 동물적 감각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데이트레이더는 저격병 같다. 숨죽이고 피해 다니거나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가 한 방에 적을 쓰러뜨리고 바로 사라지며 임무를 끝내는 것이다.
 
복서 같은 스캘퍼 
특히 스캘퍼는 복서와도 같다. 본래 스캘프라는 말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 때 인디언들의 머리 가죽을 벗긴 전리품이라는 끔찍한 말이다. 얇은 박리를 취한다는 뜻 같은데 그날그날 작은 이익을 얻는 트레이더를 스캘퍼라고 한다. 데이트레이더와 스캘퍼는 그날 처분하여 다음날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며 작지만 확실한 이익을 얻는 것은 같은데 스캘퍼는 분차트를 좀 더 활용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매매하면서 아주 작은 이익들을 초단타로 더 많이 우려내는 것이 좀 다르다. 권투시합처럼 한 포인트씩 순간순간의 동작으로 치고  빠지면서 점수를 모아가는 것인데 마지막 회 종이 울리면 하루의 시장을 끝난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 당장 패자와 승자만 존재하는 것이다. 스캘퍼는 초, 분, 시간들이 이 세상 모든 것일 수 있는데 순간순간 긴장의 연속이고 바로 중요한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아차 하면 큰 이익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굴러들어 오기도 한다. 차트의 굴곡으로 정신없이 매매를 하다 보면 권투선수처럼 머리가 띵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좀 쉬어야 하는데 그때가 중요한 순간이면 그럴 틈이 없는데 잠시 눈 붙이고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면 머리가 더 아플 수 있다. 그렇게 하루는 지나가고 다음날 또 다른 변화의 시장에 다시 뛰어들어 싸우는 것이다.
 
직업의 후유증 
몇 살까지 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트레이더가 은퇴하면 펀치드렁크와 같이 유사한 어떤 정신적인 병에 걸릴지 모르겠다. 아니면 월남전쟁이나 어떤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 중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은퇴는 한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그리고 누구나 직업의 후유증은 있다,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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