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11. 4 비 온 뒤 맑음
시장경제의 현실적 어려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이 정리되어 경제 체질이 건실해질 것을 기대한 주식 시장은 어제 부실기업 퇴출 발표하는 날까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처음 d건설의 워크아웃 중단, h건설 1차 부도 충격으로 일시 5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앓던 이 빠진 듯 불확실성 제거를 기대하며 560선까지 이르렀다. 물론 기술적 지표상 반등이 가능한 시점이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11월 3일 오후 4시, 역시 실망의 순간이었다. 이미 청산 법정관리로 들어가거나 진행 중인 기업을 청산, 법정관리한다고 발표했고 부실 대기업도 조건을 달며 보류로 정했다. 시장에서 유명한 부실기업들은 그대로 두었다. 부실기업 퇴출 발표가 아니라 옹호 발표였다. 은행들이 현재의 손실이 두려워 부실기업들을 살리려 하고 있다. 냉정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회피하려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생색을 내며 긍정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가로막고 다 같이 몰락하는 틈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장이 응원해 주고 기회를 줬는데 시장의 무서움을 모르는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곪아가는 상처를 도려내지 않고 자꾸 약물로 치료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다리를 잘라야 하고 다리를 자르기 아까워 상처를 도려내려고 하면 생명까지 위험하게 된다. 아니면 스스로 할 수 없어 남이 대신 다리를 잘라줘야 하는 비극이 생길 것이다. 거대한 국가도 주식 투자로 말하면 초보자일 수 있다. 당장이 두려워서 앞이 안 보일 수 있다. 상당수의 일반 투자자처럼 본전이 아까워 또는 손실이 아까워 손절매를 못하고 결국은 반토막 1/10 토막 난다.
이론적으로는 쉬워도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미래는 모른다. 국가나 개인이나 비판은 쉬우나 실제 상황에 이르면 너무 어렵다. 필자도 역시 그렇다. 인생은 고심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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