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는 9월 말에서 10월이 제철이라 한다.
가을이 오면서 마트 옆을 지나다 보면 톱밥에 담긴 '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는 갑각류 중에서 가장 진화된 동물인데 종류가 다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습 자체를 보고 애완동물처럼 호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식용으로서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도게'는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한다.
톱밥에 담긴 '게'들는 비좁은 공간이다 보니 서로 엉켜져 있고 뒤집혀 있기도 하여 바둥거리며 움직인다.
멀리서 잡혀와서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 숨이 붙어 있다.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마트의 고객이 구입하기 위해 건드리면 저항하는 듯한다. 어떤 게는 자신을 집어 담기 위한 집게를 자신의 집게다리로 물고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생명은 혼미해져도 저항하려는 모습은 강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언제인가부터 안쓰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게들을 담아 먼바다까지 들고 가서 바닷물에 풀어주고 싶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비정상적인 오지랖일 것이다. 그 게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른 불쌍한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자연의 섭리와 생태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나쳐가는 것이다. 아니면 몇 마리 구입해서 요리하는 일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럴 마음이 아니다. 비건은 아니지만 점점 비거니즘을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비건(vegan), 비거니즘(veganism), 채식주의(vegetarianism)
환경보호라는 시대의 흐름과 맛물린다. 인체의 건강과 동물 존중이라는 가치관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이를 실천하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같이 식사하러 갈 때 무엇을 못 먹는지 알아야 하는 시대이다. 비건(vegan)은 더욱 철저한 채식주의자이다. 비건은 1944년 영국의 Vegan Society(비건협회)의 공동 창설자인 영국의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 1910~2005)이 만든 말로 처음엔 ‘non-dairy vegetarian(유제품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이라는 의미로 썼다. 그러다가 나중엔 동물 착취를 거부하는 이념, 즉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비거니즘(veganism)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참고 : DAUM백과)
과장돼서 말하면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모습을 안 보면 몰라도 일단 그 광경을 지켜보면 입맛이 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더우기 정성스럽게 키우면서 이런저런 정이 든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겠는가. 몸 가눌 때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몇 달 동안 사료를 먹고 크다가 죽어나가는 닭들을 생각하면 불쌍하다. 동물이 건강해야 그 동물을 잡아먹는 우리의 몸도 건강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가 대세로 자리 잡는 것 같다. 동물들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비거니즘은 일종의 공감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더욱더 동물복지에 관한 공감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과장된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비건이 아니더라도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생태계 속의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채식주의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판단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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