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가 가을길을 걸으면 나는 그 흐름을 따라서 걷는다.
낙엽은 하나둘씩 떨어지며 그 향기에 뒹굴고 지나가는 가을을 받아들인다.
길은 때때로 스스로 가꾸면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나의 길은 달라지지 않는다.
설령 산책길이 가끔 멋을 부려도 나만의 생각으로 그저 길을 걸을 뿐이다.
아름다운 향기가 눈가에서만 어른거린다. 마음은 주식 호가창에 머물러 있다.
"그 순간 매수가 잘못이야.", "손절할 필요 없이 추가 매수할걸.",
"다른 종목에서 조금 익절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무의식 세계도 시세 흐름을 따라 걷는다.
국화꽃들을 무심코 바라만 보며 걷는다. 매일 걸었던 산책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화꽃 중에서 누군가 묻는다. "뭐하는 분이세요?",
"개미투자자예요.", "개미? 별거 아니네."
그러면서 서늘하면서도 따사로운 바람에 머리를 꺄우뚱한다.
나 스스로도 꺄우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소박한 듯, 그러나 찬란하고 화려한 국화의 향연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바라보는 느낌이 떨어진다.
한발 떨어져서 잠깐 생각에 잠길 뿐이다.
마음속에 다른 상념들이 자리 잡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져서 들뜨지 않는다.
계절만이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삶의 파편들이 쌓이고 떠나보내고,
한편으로는 행복했던 날들을 간직하면서 성숙한 감정으로 삶을 다듬어간다.
인생의 가을, 겨울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감정이 무디게 보일지 모르지만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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